취향과 문화
시간을 파는 곳 '답십리 고미술상가'
서울은 그 크기 만큼이나 다양한 시대와 표정이 공존하는 도시다. 5호선 답십리역을 나오면 프랜차이즈 간판과 아파트 상가 사이로, 마치 다른 시대에서 잘못 배송된 물건들처럼 석등과 문인석과 낡은 반닫이가 길가에 나와 서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골동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잡동사니라 부를 것이다. 그러나 답십리 고미술상가 앞에서는 그런 구분이 금방 무의미해진다. 여기서는 오래되었다는 사실
권력과 자본
부동산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 우리 사회가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을,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주식은 다르다. 낙관론자든 비관론자든, 주가가 내려야 건강한 시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식시장이 오르면 대체로
취향과 문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이 깊어질 무렵, 안내 방송이 흘렀다. 장례문화 개선을 위해 밤 10시 30분 이후에는 빈소 운영을 멈춘다는 내용이었다. 그 방송이 묘하게 생경하면서도 납득이 됐다. 장례식장은 당연히 밤새 불이 켜져 있고, 상주는 잠도 못 자는 곳이라고 너무 오래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그 당연함이 정말 지금도 당연한
생활과 소비
1991년, 미국 슈퍼볼 광고 시간에 레이 찰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한다. "당신은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You got the right one, baby — uh huh!)" 그의 뒤에는 날씬한 여성 댄서들이 줄지어 서서 화답한다. 광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다이어트 펩시(Diet Pepsi)였다. 그 시절 날씬함은 능력이었다. 자기 통제의 증거였고,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읽는 현대 잡지
컴퓨터가 사진 한 장을 보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맞힐 수 있을까. 사람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다. 고양이 사진을 보면 고양이라고 하고, 자동차를 보면 자동차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계에게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기계는 눈이 없고, 세상을 본 적도 없으며, 그저 숫자만 다룰 뿐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사람들은 컴퓨터에게 세상을 보는 법을 하나하나
전쟁은 멀리서 보면 국제정치이고, 가까이서 보면 한 사람의 밥값과 기름값이다.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이란전쟁이 4주째로 접어들던 무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열라는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전력시설 타격을 거론했다가, 이틀도 지나지 않아 공격을 5일 유예한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출렁였고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한 사람의 말이 세계 경제의 신호가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것들에 먼저 주목합니다. 누군가의 작은 가게, 오래된 골목에 배어 있는 공기, 새롭게 떠오르는 취향의 조짐들. 사람과 공간과 자본이 교차하는 순간, 그 결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 그것이 더 서울러가 하려는 일입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보다 아직 말해지지 않은 분위기를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