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오른다, 가자

늘 거기에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우리가 바쁜 척, 못 본 척, 잊은 척하는 동안에도. 그렇게 52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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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오른다, 가자

1972년,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가 달 표면에 마지막 발자국을 남기고 사다리를 올라탄 순간부터, 인류는 언젠가 다시 달에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미뤄졌다. 마치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처럼. 50년이 넘도록 인류는 달에 다시 가지 못했다. 사는 게 바빠서, 돈이 없어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늘 그렇듯 핑계는 많았다.

원래는 2024년에 가려 했다. 미뤄졌다. 2025년으로 늦췄다. 또 미뤄졌다. 열 차폐 시스템이 문제였고, 헬륨 계통 점검이 필요했고, 우주복과 착륙 체계도 더 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다 2026년 4월 1일, 마침내 네 명의 우주비행사가 로켓에 몸을 실었다. NASA의 아르테미스 II가 실제로 발사된 것이다. 이 임무는 2022년 아르테미스 I 이후 이어지는 첫 유인 비행이며, 인류가 반세기 만에 다시 달 가까이 가는 비행이다.

아폴로의 쌍둥이 누나

아르테미스(Artem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누나이자 달의 여신이다. NASA가 이 이름을 고른 데에는 꽤 분명한 뜻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아폴로 시절과는 다른 사람들이 간다는 의미다.

아르테미스 II의 승무원은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 파일럿 빅터 글로버, 임무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흐, 그리고 캐나다 우주청 소속 제레미 핸슨이다. 빅터 글로버는 흑인 최초로 달 근처를 비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크리스티나 코흐는 여성 최장기 우주체류 기록 보유자로서 이번 임무에 참여한다. 핸슨은 달 근처를 비행하는 최초의 캐나다인이 된다. NASA가 아르테미스에 담은 메시지는 상징이 아니라, 실제 승무원 구성에서 이미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묻게 된다. 우리는 이미 달에 갔던 것 아닌가. 1969년 아폴로 11호가 갔고, 그 뒤로도 다섯 번이나 더 착륙했다. 그런데 왜 다시 가는 걸까.

방문 아닌 정착이 목적

아폴로는 방문이었다. 가서 깃발을 꽂고, 돌을 가져오고, 돌아왔다. 마지막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난 것은 1972년이었다. 그 이후 인간은 지구 저궤도 너머로 단 한 번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르테미스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목표는 단순한 재방문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달 주변과 달 표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를 통해 과학적 탐사, 경제적 활용, 그리고 결국 화성 유인 탐사의 기반을 닦겠다고 밝히고 있다. 달은 종착지가 아니라 전초기지에 가깝다. 달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언젠가 화성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나

아르테미스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인 아르테미스 I은 2022년 11월, 승무원 없이 진행된 시험 비행이었다. 오리온 우주선은 달 근처를 비행하고 돌아왔고, NASA는 SLS 로켓과 오리온의 기본 성능을 검증했다. 다만 이후 분석 과정에서 열 차폐와 재진입 관련 보완 필요성이 확인됐다.

2단계인 아르테미스 II는 2026년 4월 1일 발사됐다. 네 명의 우주비행사가 약 10일 동안 달 근처를 비행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다. 착륙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태운 채 달 비행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NASA는 이 임무를 “50년 만의 첫 유인 달 비행”으로 설명하고 있다. 4월 6일에는 오리온이 달 뒷면을 돌아 비행하는 일정을 수행했다.

그리고 그다음이 흥미롭다. 원래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르테미스 III는 이제 곧바로 착륙하는 임무가 아니다. 2026년 2월 NASA는 일정을 다시 정리하면서, 2027년의 아르테미스 III를 저궤도 시험 임무로 조정했다. 이 임무에서는 SpaceX와 블루 오리진의 상업용 달 착륙선 가운데 하나 또는 둘 모두와의 랑데부 및 도킹, 생명유지·통신·추진 시스템 검증, 새 우주복 시험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실제 첫 유인 달 착륙 목표는 아르테미스 IV, 2028년 초로 잡혀 있다.

즉, 달 착륙은 또 한 번 미뤄졌다. 하지만 이 지연은 단순한 실패라기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지 않겠다”는 쪽에 가깝다. NASA는 오히려 임무를 더 잘게 나누고, 아폴로처럼 단계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왜 이게 중요한가

우주 탐사를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지구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왜 굳이 달이냐고 말할 수 있다. 그 막대한 돈과 시간을 기후위기나 빈곤, 질병 같은 더 급한 문제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당연하다.

그런데 인류는 늘 당장 쓸모를 설명하기 어려운 일에 먼저 손을 뻗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바다를 건넜고, 극지로 향했고, 하늘을 날았고, 마침내 우주까지 나갔다. 그 과정에서 생긴 기술은 서서히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폴로도 그랬다. 진하다 못해 꾸덕한 진주회관 콩국수 콩물처럼 말이다.

이번엔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달의 남극에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과 활용 가능성은 오랫동안 중요한 탐사 주제로 꼽혀 왔다. 물은 생존 자원인 동시에,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되어 연료 체계와도 연결된다. 달이 단순한 낭만의 목적지가 아니라, 더 먼 우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NASA가 아르테미스를 “달을 넘어 화성으로 가는 정거장”이라고 반복해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을 다 걷어내고 나면 끝내 남는 건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닐지 모른다. 인간은 늘 눈앞의 삶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바쁘고 피곤하고 계산할 게 많아도, 끝내 저 너머를 올려다봤다. 왜 가느냐는 질문에 가장 오래 설득력 있는 대답은 대개 단순하다.

달이 거기 있으니까.

Bonus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전용 서체도 만들었다. 둥글지만 단단하고, 미래적이지만 과하게 SF스럽지 않은 글자라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