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는 방법

1km를 421번. 어떤 한 걸음도 특별히 빠르지 않았다. 다만 어느 걸음도 느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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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뛰어넘는 방법

2026년 4월 26일, 런던 마라톤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키마루 사웨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1시간 59분 30초. 공식 마라톤 레이스에서 처음 나온 1시간대 기록이었다.

이전에도 2시간 아래 기록은 있었다. 엘리우드 킵초게가 2019년 1시간 59분 40초로 마라톤 거리를 달렸다. 다만 그것은 공인 레이스가 아니었다. 페이스메이커가 정교하게 배치되고 교체되는 별도의 이벤트였다. 킵초게가 보여준 것은 가능성이었다. 사웨는 런던에서 그 가능성을 공식 기록으로 옮겼다.

사웨는 1위로 들어왔다. 2위 요미프 케젤차도 1시간 59분 41초를 기록했다. 3위 제이컵 키플리모는 2시간 00분 28초였다. 종전 세계기록은 켈빈 키프텀이 2023년 시카고에서 세운 2시간 00분 35초였다. 이날 런던에서는 세 명이 그 기록보다 빨랐다. 한 명만 특별했던 레이스가 아니었다. 남자 마라톤 전체가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보는 편이 맞다.

기록은 늘 한 사람의 이름으로 남지만, 실제로는 여러 조건이 함께 만든다. 신발은 가벼워졌고, 카본 플레이트는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급수와 보급, 페이스 전략, 코스 운영, 기상 조건도 예전보다 세밀하게 계산된다. 현대 마라톤은 더 이상 '잘 참고 오래 뛰는 경기'만은 아니다. 몸과 장비와 데이터가 함께 달리는 종목이 됐다.

그렇다고 장비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42.195km를 달린 것은 온전히 사웨의 몸이다. 기술은 기록을 끌어올리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언제나 반복이다. 같은 속도로 다시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사웨는 갑자기 등장한 신성이 아니다. 그는 2024년 발렌시아에서 2시간 02분 05초로 우승했고, 2025년 런던과 베를린에서도 2시간 02분대로 우승했다. 이미 세계 정상급이었다. 다만 킵초게나 키프텀처럼 대중적인 상징이 먼저 만들어진 선수는 아니었다. 가장 오래 남아 있던 기준 하나를, 가장 조용히 달려온 사람이 지웠다.

이 기록에는 켈빈 키프텀의 이름도 함께 따라온다. 키프텀은 2023년 시카고에서 2시간 00분 35초를 세웠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가 곧 1시간대 마라톤을 열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는 2024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시간의 문턱까지 먼저 간 사람은 키프텀이었고, 그 문턱을 공식 레이스에서 넘은 사람은 사웨였다. 기록은 개인의 성취로 남지만, 실제로는 앞서 달린 사람들의 속도 위에 놓인다.

같은 날 여자부에서도 기록이 나왔다. 에티오피아의 티기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여자 단독 레이스 세계기록을 세웠다. 런던 마라톤은 이날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에서 기준을 다시 썼다. 한 도로 위에서 엘리트 선수는 세계기록을 세우고, 일반 참가자는 자기만의 완주 기록을 만든다. 마라톤이 여전히 특별한 이유는 그 두 장면이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마라톤에서 2시간은 오래된 기준이었다. 42.195km를 2시간 안에 달리려면 1km를 평균 2분 50초대에 끊어야 한다. 100m로 나누면 17초 남짓이다. 빠른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은 속도다. 문제는 그것을 421번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17초가 아니라, 같은 17초를 421번. 마라톤이 잔인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대단한 의지를 한 번 보여주는 종목이 아니라, 거의 같은 동작을 수만 번 반복해야 끝나는 경기다. 그래서 2시간은 오랫동안 인간의 한계처럼 여겨졌다.

사웨가 한 일은 한계를 깬 것이라기보다, 1km를 421번 같은 속도로 이어 붙인 것이다. 어떤 한 걸음도 특별히 빠르지 않았다. 다만 어느 걸음도 느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1시간 59분 30초는 그 421번의 합으로 만들어진 숫자다.

사웨를 뛰어넘는 또 다른 신기록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같은 속도의 한 걸음을, 한 번 더.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건 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