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 이후의 SNS '셋로그'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하루가 궁금하다. 다만 이제 그 궁금함을 위해 사진을 고르고 문장을 다듬고 삶을 작은 무대처럼 꾸미고 싶지는 않다. 2초짜리 장면들로 이어지는 느슨한 안부, 콘텐츠가 되기 전의 일상, 그리고 아직 끊기지 않은 관계의 기척.
알림이 울리면 2초만 찍는다. 지하철 손잡이, 책상 위 커피, 노트북 모서리, 엘리베이터 거울, 창밖 하늘. 대단한 장면일 필요는 없다. 잘 나올 필요도 없다. 셋로그는 그렇게 친구들의 하루를 짧은 영상 조각으로 모아 하나의 화면에 붙인다.
이 앱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이 새로워서가 아니다. 셋로그는 오히려 많은 것을 덜어낸다. 긴 촬영도, 편집도, 자막도, 음악도 필요 없다. 브이로그처럼 보이지만 브이로그를 만들 때 필요한 노동은 거의 없다.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은 알림이 왔을 때 잠깐 카메라를 켜는 정도다.
요즘 SNS에서 가장 번거로운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사진 한 장을 올리려 해도 고르고, 지우고, 다시 고른다. 문구를 붙일지 말지 고민하고, 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게 또 꾸민다. 인스타그램은 일상의 기록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 일상을 정리해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평범한 하루도 플랫폼에 올라가는 순간 작은 발표가 된다.
셋로그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의 하루가 궁금하다. 다만 그것을 잘 만든 게시물로 보고 싶지는 않다.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뭘 먹는지, 오늘은 바쁜지 한가한지 정도면 충분하다. 말로 묻기엔 사소하고, 그냥 모르기엔 아쉬운 것들. 셋로그는 그 사이에 놓인 앱이다.
중요한 건 ‘진짜 일상’이라는 구호가 아니다. 셋로그의 영상도 얼마든지 의식될 수 있다. 사람은 2초짜리 영상에서도 덜 지저분한 쪽을 찍고, 얼굴 대신 컵을 찍고, 별일 없는 하루를 조금은 보기 좋게 만든다. 다만 그 꾸밈의 비용이 낮다. 오래 붙잡고 다듬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과한 연출로 가기 어렵다. 셋로그가 주는 편안함은 진정성보다 낮은 부담에서 나온다.
기존 숏폼과도 다르다. 릴스와 쇼츠, 틱톡은 짧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짧을수록 더 빨리 웃겨야 하고, 더 빨리 설명해야 하고, 더 빨리 붙잡아야 한다. 짧은 영상이 오히려 더 촘촘한 경쟁이 되는 셈이다. 셋로그의 짧음은 그 반대편에 있다. 남을 붙잡기 위한 2초가 아니라, 친구에게 ‘나 지금 이러고 있어’라고 남기는 2초다.
그래서 셋로그의 핵심은 영상보다 관계에 있다. 공개된 광장보다 작은 방에 가깝다. 모르는 사람에게 퍼지는 콘텐츠보다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기척이 중요하다. 친구들과 함께 같은 하루를 찍는다는 형식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각자의 화면이 나란히 놓이면 별일 없는 장면도 관계의 일부가 된다.
이런 방식은 지금의 친밀감과 잘 맞는다. 우리는 서로를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완전히 끊기고 싶지도 않다. 카카오톡을 보내자니 대화가 시작될 것 같고, 인스타그램에 올리자니 너무 공개적이다. 셋로그는 그 중간의 낮은 온도를 제공한다. 답장을 요구하지 않는 안부, 설명이 필요 없는 근황, 대화가 되기 전의 신호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알림에 맞춰 찍는 일이 처음에는 재미있어도 나중에는 또 다른 숙제가 될 수 있다. 같이 쓰는 친구가 없으면 재미도 급격히 줄어든다. 폐쇄적인 관계망이 강점이지만, 동시에 확산의 한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덜 귀찮은 SNS’도 결국 SNS다.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 피로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셋로그가 포착한 흐름은 선명하다. 사람들은 SNS를 완전히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보여주고 싶고, 보고 싶고, 연결되고 싶다. 다만 예전처럼 매번 잘 꾸며진 나를 꺼내놓고 싶지는 않다. 일상을 올리는 일조차 콘텐츠 제작이 된 시대에, 셋로그는 그 귀찮음을 줄인 형식으로 등장했다.
이것은 SNS의 종말이 아니다. SNS를 계속 쓰기 위해 필요한 우회로에 가깝다. 더 적게 꾸미고, 더 짧게 남기고, 더 작은 관계 안에서 공유하는 방식.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지금의 사용자 감각을 꽤 정확히 짚는다.
셋로그가 오래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앱들은 유행을 빠르게 타고 또 빠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는 지속 여부와 별개로 한 시기의 기분을 보여준다. 셋로그가 보여주는 기분은 단순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의 하루가 궁금하다. 다만 이제 그 궁금함을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