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소비
민원의 민족
운동회 소리가 민원이 되고, 어린이집 울음소리가 항의의 대상이 되고, 책장 넘기는 소리마저 거슬리는 시대. 우리는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권리를 행사한다. 그럴수록 함께 살아갈 세계는 조금씩 좁아지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점차 퇴보한다.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기 위해,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자, 좋아하지도 않는 돈을 번다." — 로버트 퀼런
생활과 소비
운동회 소리가 민원이 되고, 어린이집 울음소리가 항의의 대상이 되고, 책장 넘기는 소리마저 거슬리는 시대. 우리는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권리를 행사한다. 그럴수록 함께 살아갈 세계는 조금씩 좁아지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점차 퇴보한다.
생활과 소비
우리는 이제 무언가를 사기 전에 먼저 확인하고, 믿기 전에 검색하며, 지불한 뒤에도 오래 영수증을 바라본다.
생활과 소비
가족은 아름답다기보다 복잡하다. 사랑과 의무, 미안함과 피로, 다정함과 원망이 한집에 산다.
생활과 소비
요즘 물건은 너무 쉽게 늙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쉽게 늙은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물건은 고장 날 수 있고, 부품은 닳을 수 있다. 닳은 부품을 바꾸고 계속 쓰는 당연함이 왜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까.
생활과 소비
우리는 더 쉽게 서로에게 닿게 되었지만, 그만큼 쉽게 사라질 수는 없게 됐다. 한때는 접속을 기다리며 관계를 상상했는데, 이제는 연결된 채로 침묵을 해석한다.
생활과 소비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제도가 너무 가혹해서가 아니다. 몇만 원의 상환액조차 버거워진 청년의 삶, 그 얇아진 생활의 바닥이 만든 현실이다.
생활과 소비
마가린은 버터보다 맛이 없고, 인공적이며, 저렴하다. 그래서 늘 의심 받고,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있다.
생활과 소비
퇴근하고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 끝에 걸터앉아, 세탁물은 그대로 둔 채 한참 휴대폰만 내려다보는 시간. 마흔은 그런 식으로 온다.
생활과 소비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생활과 소비
도시의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마실 곳을 찾아 헤맨다. 어딜 가든 자리가 부족하다. 그럴 때 체념하듯 이렇게 말한다. “그냥 스벅이나 가자.”
생활과 소비
"쿨거래 원해요"라는 말은 성격이 시원시원하다는 뜻이 아니다. 당근어는 사투리도 외국어도 암호도 아니지만, 거래를 반복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생활과 소비
당신은 물건을 사랑한다.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안심을 준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숨이 막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