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소비
인간의 자격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별로 급한 일도 아니었다. 그냥 로그인 한 번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화면이 나를 멈춰 세웠다. 다음 중 오토바이가 포함된 칸을 모두 고르시오. 나는 잠깐 웃었다. 인간인지 확인하는 방식치고는 꽤 무뚝뚝했다. 이름도, 직업도, 오늘 어떤 기분으로 이 사이트에 들어왔는지도 묻지 않는다. 사랑해본 적 있는지, 누군가를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기 위해,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자, 좋아하지도 않는 돈을 번다." — 로버트 퀼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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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별로 급한 일도 아니었다. 그냥 로그인 한 번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화면이 나를 멈춰 세웠다. 다음 중 오토바이가 포함된 칸을 모두 고르시오. 나는 잠깐 웃었다. 인간인지 확인하는 방식치고는 꽤 무뚝뚝했다. 이름도, 직업도, 오늘 어떤 기분으로 이 사이트에 들어왔는지도 묻지 않는다. 사랑해본 적 있는지,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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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아침 8시.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앞으로 쏟아졌다. 정장 차림의 남자는 휴대폰 화면을 한 번 더 눌렀고, 회색 모자를 쓴 노인은 손에 든 교통카드를 잠깐 내려다봤다. 둘 다 서두르고 있었다. 다만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지는 달랐다. 서울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에 65세 이상 무임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3%였고,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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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내게 늘 냄새로 먼저 오는 도시였다. 풍경보다 냄새가 빨랐다. 어떤 거리를 떠올릴 때도, 어떤 계절을 기억할 때도, 나는 먼저 그 공기를 생각한다. 서울은 내 안에 길 이름이 아니라 냄새의 층으로 남아 있다. 저녁 여섯 시쯤 홍대입구역에 내리면 늘 비슷한 순간이 온다. 개찰구를 나서는 동안까지는 지하철 안의 공기다. 그런데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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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미국 슈퍼볼 광고 시간에 레이 찰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한다. "당신은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You got the right one, baby — uh huh!)" 그의 뒤에는 날씬한 여성 댄서들이 줄지어 서서 화답한다. 광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다이어트 펩시(Diet Pepsi)였다. 그 시절 날씬함은 능력이었다. 자기 통제의 증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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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사진 한 장을 보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맞힐 수 있을까. 사람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다. 고양이 사진을 보면 고양이라고 하고, 자동차를 보면 자동차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계에게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기계는 눈이 없고, 세상을 본 적도 없으며, 그저 숫자만 다룰 뿐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사람들은 컴퓨터에게 세상을 보는 법을 하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