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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다른 골목을 좋아한다

발견

우리는 각자 다른 골목을 좋아한다

같은 서울을 걷고 있어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장면은 다르다. 누군가는 조용한 골목의 간판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의 소음을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오래된 담벼락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가로등이 많은 거리를 더 편하게 느낀다. 도시는 하나지만, 그 안에서 각자가 발견하는 서울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골목은 사람을 닮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편안한

행정의 밤

취향과 문화

행정의 밤

금요일 밤이면 원래 사람들은 조금 그럴듯한 일을 한다. 술을 마시거나, 소개팅을 하거나, 적어도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이번 주를 위로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노트북과 충전기를 들고 약속 장소로 나간다. 그리고 거기 앉아서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고, 병원 예약을 바꾸고, 밀린 메일에 답장을 보낸다. 이쯤 되면 취미라고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일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리델리 샌드위치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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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델리 샌드위치 하우스

성북동에서 샌드위치를 전면에 내세운 가게를 본다는 건 생각보다 묘한 일이다. 샌드위치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편의점 냉장고에도 있고, 카페 진열대에도 있고, 프랜차이즈 메뉴판에도 있다. 점심이 애매할 때 가장 쉽게 손이 가는 음식이면서도,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대표작처럼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너무 흔해서다. 너무 익숙해서다. 샌드위치는 늘 가까이에 있지만 좀처럼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인간의 자격

생활과 소비

인간의 자격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별로 급한 일도 아니었다. 그냥 로그인 한 번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화면이 나를 멈춰 세웠다. 다음 중 오토바이가 포함된 칸을 모두 고르시오. 나는 잠깐 웃었다. 인간인지 확인하는 방식치고는 꽤 무뚝뚝했다. 이름도, 직업도, 오늘 어떤 기분으로 이 사이트에 들어왔는지도 묻지 않는다. 사랑해본 적 있는지, 누군가를

도시는 냄새로 기억된다

생활과 소비

도시는 냄새로 기억된다

서울은 내게 늘 냄새로 먼저 오는 도시였다. 풍경보다 냄새가 빨랐다. 어떤 거리를 떠올릴 때도, 어떤 계절을 기억할 때도, 나는 먼저 그 공기를 생각한다. 서울은 내 안에 길 이름이 아니라 냄새의 층으로 남아 있다. 저녁 여섯 시쯤 홍대입구역에 내리면 늘 비슷한 순간이 온다. 개찰구를 나서는 동안까지는 지하철 안의 공기다. 그런데 몇

시간을 파는 곳 '답십리 고미술상가'

취향과 문화

시간을 파는 곳 '답십리 고미술상가'

서울은 그 크기 만큼이나 다양한 시대와 표정이 공존하는 도시다. 5호선 답십리역을 나오면 프랜차이즈 간판과 아파트 상가 사이로, 마치 다른 시대에서 잘못 배송된 물건들처럼 석등과 문인석과 낡은 반닫이가 길가에 나와 서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골동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잡동사니라 부른다. 그러나 답십리 고미술상가 앞에서는 그런 구분이 금방 무의미해진다. 여기서는 오래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동산이 주식보다 미움받는 이유

권력과 자본

부동산이 주식보다 미움받는 이유

부동산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 우리 사회가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을,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주식은 다르다. 낙관론자든 비관론자든, 주가가 내려야 건강한 시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식시장이 오르면 대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