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허영심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지식을 파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지식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을 파는 일은 가능하다.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그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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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허영심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요즘 웬만한 비즈니스는 다 어렵다. 팔아도 남는 게 없고, 잘돼도 오래 못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잘 팔리는 것이 하나 있다. 더 똑똑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은 원래부터 남보다 조금 더 있어 보이고 싶어 했다. 예전에는 그 역할을 시계나 자동차, 아파트가 맡았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지고, 대놓고 비싼 것을 자랑하는 일에는 점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노골적인 과시는 촌스럽고, 그렇다고 아무 욕망 없이 살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하다. 그 틈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 있다. 바로 지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이다.

이 욕망은 여러모로 우수하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덜 부끄럽다. 명품 가방을 사면 사치 같지만, 18만 원짜리 인문학 강연을 결제하면 자기계발처럼 느껴진다. 3만 원짜리 디저트는 낭비 같아도, 3만 원짜리 독립출판물은 세계관을 넓히는 투자처럼 보인다. 심지어 당사자는 자기가 허영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한다. “요즘 좀 제대로 생각해보려고.”

이 얼마나 훌륭한 시장인가. 고객이 스스로를 기꺼이 고급스럽게 속여준다.

지적허영심을 잘 팔기 위한 다섯 가지 조언

지적허영심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첫 번째로 기억할 것이 있다. 절대 평범하게 팔려고 하지 마라.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미지에 입장권을 사는 것이다.

그러니 "책 읽는 모임"이라고 하지 말고 "사유의 밀도를 높이는 작은 공동체"라고 해야 한다. "글쓰기 클래스"가 아니라 "문장을 통해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실험"이어야 한다.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는 모임"은 말할 것도 없다. 최소한 "동시대 감각을 나누는 오프라인 세션" 정도는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제목에는 민감하다. 특히 자기 돈을 낼 때는 더 그렇다.

두 번째 조언은 이것이다. 내용보다 분위기를 먼저 설계하라.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리큘럼이 아니라 조도와 재질감이다. 너무 밝은 형광등 아래서 '인사이트'는 잘 팔리지 않는다. 의자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지만 공간은 약간 어두워야 한다. 물컵은 종이컵보다 유리컵이 좋고, 가능하다면 이름 모를 북유럽 브랜드처럼 보여야 한다. 책은 읽히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이 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벽에는 적당히 어려워 보이는 포스터 한 장이 필요하고, 참가자들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여기 분위기 좋네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 말이 나오면 절반은 성공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은 취향의 장소에 와 있다고 느끼는 순간, 거기서 듣는 말도 더 깊다고 믿는다. 실제로 깊어서가 아니라, 깊을 것 같은 환경에 돈을 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언은 조금 더 중요하다. 너무 유익하면 안 된다.

지나치게 실용적이면 갑자기 학원이 된다. 그러면 가격을 높이기 어렵다. 반대로 너무 쓸모없으면 그냥 수다가 된다. 핵심은 쓸모가 있는 것 같지만 당장 검증하기는 어려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브랜드를 읽는 눈이 생깁니다."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를 얻게 됩니다." 이런 문장들은 듣는 순간 그럴듯하고, 집에 가는 길까지 꽤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바로 환불 사유가 되지 않는다. 참가자가 다음 날 "정확히 뭘 배웠지?"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라고 말하게 되면 성공이다.

지적허영심 비즈니스는 배운 것보다 배운 기분이 오래 남을 때 가장 잘 굴러간다.

네 번째 조언은 추천 도서를 신중히 고르라는 것이다. 너무 유명하면 안 된다. 다 아는 책이면 희소성이 없다.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면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는다. 가장 좋은 책은 제목만 알아도 왠지 똑똑해 보이지만, 40쪽 이상 못 읽어도 큰 문제 없는 책이다.

책은 완독보다 소지가 중요할 때가 있다. 누군가 가방에서 그 책을 꺼냈을 때 "아, 요즘 이런 거 읽으시는구나"라는 반응이 나오면 충분하다. 어차피 많은 사람에게 독서는 행위인 동시에 소품이다. 책장을 꾸미는 책, 테이블 위에 놓이는 책, 사진에 잡히는 책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한다. 어떤 책은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독자의 인상을 관리하는 데 훨씬 탁월하다.

다섯 번째는 단어 선택이다. 이 시장에서는 늘 통하는 명사들이 있다.

감각, 밀도, 아카이브, 태도, 해석, 맥락, 서사, 질문, 구조, 관점, 리서치, 큐레이션.

이 단어들은 서로 정확히 연결되지 않아도 그럴듯하다. "감각의 밀도를 높이는 아카이브 기반 큐레이션" 같은 문장은 뜻을 따지면 약간 흐릿하지만, 바로 그래서 좋다. 너무 명확하면 오히려 현실이 된다. 이 시장은 현실보다 품위 있는 추상을 더 사랑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쉬운 말을 어려운 말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욕망을 품위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 잘 살고 싶고, 덜 촌스럽고 싶고, 대화할 때 밀리고 싶지 않다. 자기 삶이 너무 납작해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 마음을 "세계를 해석하는 역량"으로 옮겨주면, 가격표는 한층 부드럽게 올라간다.

경계해야 할 몇 가지 것들

물론 고객을 너무 얕보면 안 된다. 이 시장의 소비자들은 허영이 있지만 바보는 아니다. 한두 번은 분위기에 끌려와도, 세 번째부터는 슬슬 눈치를 챈다. 강연자는 늘 비슷한 말을 하고, 모임장은 늘 비슷한 얼굴들만 돌고 돌고, 읽는 책도 결국 서로의 취향과 말투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난다는 사실을.
그러니 정말 오래 가고 싶다면 최소한 약간의 진짜 내용은 있어야 한다. 전부 포장만으로는 오래 못 간다. 치즈가 거의 없는 피자는 한번은 먹어도 두 번은 안 시킨다. 지적허영심 시장도 비슷하다. 겉은 우아해야 하지만, 안에 뭐라도 조금은 들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속아주지만, 영원히 속아주지는 않는다.

아주 중요한 조언이 하나 더 있다. 이 사업을 하다 보면 본인도 속기 쉽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지적허영심을 자극해 돈을 벌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본인이 정말 시대의 사유를 선도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이건 꽤 흔한 부작용이다. 독서모임 운영자는 문화 기획자가 되고, 뉴스레터 발행인은 담론 생산자가 되며, 북토크 사회자는 어느새 사상적 큐레이터가 된다. 원래 작은 자기기만은 사업의 윤활유이기도 하다. 다만 너무 오래 그 말을 듣고 있으면 본인까지 진짜라고 믿게 된다.

가끔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당신이 파는 것은 인류의 진보가 아니라, 상당 부분 사람들이 덜 공허하게 늙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아직 납작한 사람이 아니라는 안도감일 수도 있다. 그것만 알아도 말투가 조금은 겸손해진다. 적어도 본인을 시대정신의 대리자쯤으로 착각하는 일은 줄어든다.

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이 시장이 전부 사기라는 뜻은 아니다. 애초에는 있어 보이고 싶어서 간 모임이 진짜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남들 따라 신청한 글쓰기 클래스가 뜻밖에 어떤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잘난 척하려고 사둔 책 한 권이 정말로 머리를 한 번 열어버릴 수도 있다. 인간은 원래 순수한 동기보다 어설픈 허영에서 더 자주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출발의 순수함이 아니라, 그다음에 어디로 가는가다.

그러니 지적허영심을 자극해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 사업을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고객의 허영을 먹고사는 만큼, 그 허영이 언젠가 진짜 취향이나 진짜 공부로 넘어갈 다리 하나쯤은 놔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파는 것은 결국 지식이 아니라 교양의 코스프레에 머문다. 코스프레는 잠깐은 재밌지만, 오래 입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

최소한 이렇게는 하자. 무지를 수치심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팔지 말 것. 교양을 계급처럼 연출하지 말 것.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사람을 주눅 들게 하지 말 것. 분위기를 팔더라도 내용은 남길 것. 고객이 스스로를 덜 초라하게 느끼는 데서 끝내지 말고, 정말 조금은 덜 초라해질 수 있게 만들 것. 지적허영심을 먹고사는 일과 지적열등감을 착취하는 일은 비슷해 보여도 결국 다르다.

그 차이를 끝까지 잊지 않는 사람만이 이 시장에서 오래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