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괴벨스' 유맛

자극적인 비유와 과장된 서사로 평범한 정크푸드를 ‘위대한 미식 경험’으로 탈바꿈시키는 유튜버 유맛. 미국 냉동식품부터 단종된 라면, 떫은 녹차까지 그의 혀를 거치는 순간 음식은 하나의 전설이 된다. 미식의 고상함 대신 본능과 선동으로 시청자의 미각을 흔드는, ‘맛의 괴벨스’ 유맛의 독보적인 세계를 들여다본다.

'맛의 괴벨스' 유맛

대한민국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오직 혓바닥 하나로 시청자들의 뇌를 통째로 가스라이팅해버리는 양반이 있습니다. "이거 한 입 먹으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쌓여서 피 막히는 소리가 둥둥 울립니다"라며 공포를 주다가도, 3초 뒤엔 "미친 듯한 고소함이 혀를 실크처럼 덮어버린다"며 우리를 타락의 길로 인도하는데요. 지루한 미식가들의 고상한 척은 집어치우고, 오직 자극과 선동으로 우리 미각의 본능을 일깨우는 이 양반. 바로 '맛의 괴벨스', 유튜버 '유맛(@youmatkor)'입니다.

초창기 유맛이 집도한 전장은 그야말로 '미국 냉동식품의 황홀한 지옥도'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건강에 해롭다, 천박하다"며 혀를 끌끌 찰 때, 이 양반은 오히려 그 맛의 파괴력 앞에 경건하게 무릎을 꿇게 만들었죠. 치즈 함량은 뒷전이고 인공 유화제로 범벅이 된 가짜 치즈 '치즈 위즈'를 두고는, "목장에서 갓 짠 우유 따위는 흉내도 못 낼, 인간의 뇌 시냅스를 단숨에 마비시키는 금지된 황금빛 액체"라며 찬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혈관을 설탕으로 코팅해버리는 '크리스피 크림'은 또 어떻고요? "이건 도넛이 아니라 기름에 튀긴 공기이며, 혀에 닿는 순간 솜사탕처럼 사라지며 우리 혈관 속에 당분의 축복을 내린다"며 우리를 기꺼이 타락의 구렁텅이로 안내했습니다. 남들은 비난할 때, 유맛은 그 압도적인 자극이 주는 '천상의 쾌락'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우리를 선동한 겁니다.

그런데 이 양반,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단종된 전설 '매운콩 라면'을 두고 "입술에 립글로스를 바른 듯 미끄덩하게 식도를 타격하는 콩기름의 향연"이라며 잃어버린 미각의 성역을 부활시키더니, 일본 이토엔 연구원들이 산소랑 10년 동안 맞짱 떠서 얻어낸 그 떫은 '녹차 전리품'을 향해서는 "혀뿌리를 꽉 쪼여오는 무겁고 고집스러운 승전보"라며 찬양을 아끼지 않습니다.

유맛의 진짜 소름 돋는 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그 '미친듯한 근면함'인데요. "이 양반 잠은 자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매일같이 고퀄리티의 서사들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쏟아냅니다. 0.1초의 찰나를 다투는 질소 충전 공법부터 80억 원짜리 떡 칼집 소송 이야기까지, 그 방대한 자료를 매일 포장해서 우리 귀에 때려박습니다. 이건 단순히 성실한 게 아니라, 시청자의 뇌를 맛의 정보로 마비시키겠다는 일종의 집념이자 '괴벨스적 선동'에 가깝습니다.

영상을 보다 보면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와, 이 양반 비유 찰진거 보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며 그 현란한 말솜씨에 홀려버리고는 나도 모르게 해외직구 사이트를 검색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실제로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내가 먹었던 그 라면이 사실은 면발 내부의 밀도가 치밀하게 구성된 공학적 정수였단 말이야?", "그냥 시큼했던 스테이크 소스가 사실은 영국 국왕의 미각을 깨운 1등급 소스였다고?"라며 무릎을 탁 칩니다. 내가 알던 그 평범한 맛이 유맛의 입을 거치는 순간,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격상되는 기적을 경험하는 거죠.

그의 맛 표현은 단연코 독보적입니다. 단순히 맛있다 혹은 맵다고 하지 않아요. "입술을 거쳐 혀에 닿자마자 강렬한 단맛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거나, "날카로운 산미가 혀에게 상처 주듯 잔인하게 채찍질한다"는 식으로 우리 뇌의 미각 중추를 자극합니다. 듣고 있다 보면 이게 음식 소개인지, 처절한 전쟁사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사람 혼을 쏙 빼놓습니다.

오늘 하루, 입맛도 없고 세상만사 다 재미없게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맛의 괴벨스' 유맛이 설계한 그 끈적하고 짭조름한 선동의 늪에 발을 들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상을 다 보고 나면, 마트나 편의점에 있는 널리고 널린 정크 푸드들이 갑자기 갑자기 미슐랭 3스타 따위는 가볍게 씹어 먹는 천상의 요리처럼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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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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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델리 샌드위치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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